평소와 다르게 이번 가을은 정말 시간의 흐름이 빠르다.
수요일 꿈꾸는 독서 아카데미 2강을 마치고 얼른 후기를 써야지 하면서도
마음만 바쁘고 후기는 점점 시간이 밀리고 있었다.
부산에 살면서도 부산은 알면 알수록 묘한 매력을 지닌 곳이다.
영도의 고신대를 찾아 가면서 느낀 와~ 끝없는 언덕배기의 묘기.
안가본 사람은 절대 모를 기분이다.
주차를 하고 돌아서니 반가운 분들과 인사를 하며 오랜만에 들어선 캠퍼스.
역시 풋풋, 상큼한 20대의 빛나는 미모들을 보면서 내심 부러워할쯤.
정말 깜짝 놀랐다. 주현이선생님과 똑 같이 생긴 또다른 한사람.
딸이었다.
당연한 일인데도 불구하고 최근까지 엄마랑 딸이 같이 모임에 다니는걸 못봤으니.
나에게도 딸이 있으면서도 부러움은 한껏 부풀어 올랐다.
어린왕자 김교수님의 연구실에 들어서니 큰 창너머 오륙도가 떡허니 우릴 반기고 있었다.
20년만에 가본 교수님 연구실.
추억이란 이런것이구나.
삶이 바쁘다고 지난 시간들을 돌아볼틈 없이 달렸는데 이렇게 지난 시간들의 소중함을
다시금 되새기며 어린왕자 김교수님의 잔잔함에 빠지고 있으면서도
실은 주현이선생님과 황지영양만 바라 보고 있었다.
같은 곳을 바라 보는 두사람의 눈매가 똑 같다.
선함, 부드러움, 상큼, 예리함 등등등.
맛난 점심을 먹으면서도 주선생님 모녀를 자꾸만 몰래 바라 봤다.
누군가 자꾸 바라 본다는게 좋지 않겠지만 난 두분이 너무 좋아 눈치 없게 굴었다.
왁자지끌 여러 이야기와 함께한다는것에 붕붕 기분이 솟아 올랐지만 또다른 일정으로
2주후를 기약하며 언덕배기를 아~ 곡예를 하듯 내려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