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력 8월 15일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명절 중 하나인 추석이에요.
추석(秋夕)을 우리말로 풀어 쓰면 가을 저녁이라는 말이에요.
더운 여름이 지나고 선선한 바람이 불어오는 가을 저녁에 맞는
풍요로운 명절이 바로 추석이에요.
음력 8월은 완전히 가을로 접어든 시기입니다.
하늘은 푸르고 높아지며 논에서는 황금빛 벼 이삭이 바람에 넘실거려요.
옛말에 '더도 말고 덜도 말고 한가위만 같아라.'라는 말이 있어요.
추석에는 모든 사람들이 즐겁고 행복했기 때문에 생긴 말일 거예요.
날이 너무 덥지도, 너무 춥니도 않은데다가 1년 동안 열심히 농사지은
곡식들을 수확하고, 풍요로운 먹을거리를 가지고 조상들에게
감사를 지내는 날, 행복하지 않은 사람은 없었겠지요?
추석 아침이 되면 온 가족이 새 옷을로 갈아 입어요.
이 무렵이 되면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바람이 불기 시작해요.
사람들은 여름 내 입었던 여름 옷을 집어넣고 가을 옷을 꺼내 입었어요.
새롭게 시작하는 가을을 새 옷을 입고 맞이하는 거예요.
옛날 부잣집에서는 추석이 되면 일하는 머슴들에게까지 새 옷을 마련해 주었다고 해요.
***팔월의 세시풍속 추석
추석을 한가위라고 부르기도 해요. 한가위의 '한'은 '큰'이라는 뜻이고,
'가위'는 '가배'라는 옛말에서 나온 거예요.
가배란 '가운데'라는 뜻이지요. 그러니까 음력8월 15일인 한가위는
8월의 가장 한가운데에 있는 날이라는 뜻이에요.
가배란 말은 다른 의미를 갖고 있기도 해요.
7월 백중 다음 날, 신라의 3대 왕인 유리왕은 여섯 부족의 여인들을
궁궐로 불러 모은 다음, 두 편으로 나누어 베 짜는 시합을 하게 했어요.
이 시합은 한달 동안이나 계속되었어요.
이때가 되면 신라 여인들을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쉬지 않고 베를 짜야 했어요.
한 달 뒤인 음력 8월 15일이 되면 베를 짠 양을 가지고 승패를 겨루었어요.
이때 진 편은 이긴 편에게 술과 음식을 장만해서 준비하고,
모두 함께 모여 흥겨운 잔치를 벌였답니다.
잔치가 무르익을 무렵, 진 편의 여자가 나와 춤을 추먼서
'회소 회소'라고 하면서 노래를 했어요.
시합에서 진 것을 슬퍼하는 내용의 노래인데, 가락이 구슬폈답니다.
훗날 사람들이 이 가락을 가지고 노래를 지어 부른 것이 '회소곡'이랍니다.
이때 벌인 행사를 '가배'라고 하는데, 이것이 세월이 흐르면서 한가위가 된 것이라고 해요.
- 오천년 역사를 이어온 열두달 세시풍속(원영주 글/임양.김명곤 그림/계림) 본문 중에서 -